살해하지 않기로 선택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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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에서 적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엄청나다. 적군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의 나이를 알게 되고, 두려움이나 분노 같은 상대방의 감정을 알게 되면 곧 살해당할 그자가 나 자신과 똑같은 인간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바로 여기서 살해하지 않은 자들의 무수한 개인적 체험담이 나온다.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했던 마셜과 키건, 홈스, 그리피스는 중거리 전투에서도 살해에 가담하지 않으려 저항한 흔적이 아주 흔하게 나타나지만 근접 전투로 넘어가면 이러한 거부감은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나타나, 이에 관한 수많은 일인칭 체험담을 찾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키건과 홈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시칠리아에서 포격을 받고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던 한 무리의 미군들이 겪은 체험담을 거론한다.

세상에! 주위를 둘러보니 다섯 명 정도의 독일군이 있었다. 우리의 인원수도 네다섯 명 정도였다. 처음 우리는 그들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소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도 소총이 있었다. 그러다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자 우리는 참호의 가장자리에 찰싹 붙어 몸을 숙였고 독일군들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렇게 되자 그다음에는 기묘한 소강상태가 벌어졌다. 우리는 담배를 꺼내 서로 돌려가며 피웠다.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 순간 분명하게 느낀 것은 서로를 향해 총을 쏘아 댈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고, 그들도 단지 무서웠을 뿐이다.

마셜도 유사한 상황을 묘사한다. 베트남의 강바닥을 따라 자기 부대를 이끌던 미군 중대장 윌리스 대위가 북베트남 군인과 갑자기 맞닥뜨렸을 때의 일이다.

윌리스는 상대방의 가슴에 M-16 소총을 겨눈 채 섰다. 그들은 채 5피트도 되지 않은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었다. 북베트남 군인의 AK-47 소총도 윌리스를 겨누고 있었다.
대위는 격렬하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북베트남 군인도 그만큼 격렬하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 순간 둘만의 휴전, 적대행위 중지, 신사협정, 거래가 이루어졌다⋯⋯.
북베트남 군인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윌리스도 비틀거리며 걸어나갔다.

서로 이렇게 가까이 다가선 상태에서 병사들이 상대방의 인간성을 부인한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의 눈과 두려움을 보고 있노라면 부인은 소멸된다. 이 거리에서는 살해의 인간 상호적 본질이 변하게 된다. 이제 살해자는 제복을 향해 쏘거나 규정된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향해 총을 쏴야 하고 특정 개인을 죽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거나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